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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하] ‘방패’가 된 CSO 시행 전부터 드러난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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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맨 2022.01.20.09:00 01,766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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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 김승정 기자 ≪프레스맨 855명, 882명, 828명.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3년간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수다.

사망한 근로자 중 건설업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사망 요인은 떨어지고 부딪혔으며 끼임 3개가 약 60%에 육박했다.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앞서 많은 건설사가 안전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지표는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에 <프레스맨>은 건설업에서 산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일어나는 법적 논란과 실효성을 심층 취재했다.

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안도 함께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사고 발생 시 기업 최고경영자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그런데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법리해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최고경영자가 실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한다.

즉 법안에 가시적인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예고를 기점으로 CSO(최고안전책임자)라는 직제로 임원급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CSO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해 신규 선임했고 현대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경영지원본부 산하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하고 기존 본부장을 CSO로 임명했다.

GS건설도 CEO 직속으로 CSO를 배치하고 CSO 산하에 3팀을 배치했다.

포스코건설, DLE&C, SK에코플랜트 등 대부분의 건설 대기업이 CSO를 배치하고 있다.

이에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CSO가 대표이사나 회장 대신 처벌받는 ‘방패’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CSO에 안전관리 예산을 집행하고 실행하는 등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최고경영자는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설명자료를 살펴보면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해 사업을 총괄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전자는 기업의 대표이사, 단체 등의 이사장과 기관장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다.

즉 안전보건 담당 임원이 존재한다면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가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장 먼저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처벌 대상에 최고책임경영자로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때마다 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CSO가 CEO급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도 단순히 안전보건 관련 관리만 담당하는 사장이 많다”며 “실제로 CSO가 예산 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인력 충원 등 활동을 별개로 전개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CSO 선임 등 안전담당자는 기업을 상대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를 상대로 마케팅을 한 결과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실제로 안전지원팀 신설을 통해 안전관리를 향상시키고 재해건수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어 마냥 책임회피용을 위한 인사가 아닐 것”이라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사들이 느끼는 부담을 파고든 로펌들이 이런 제안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시행을 통해 기업에 겁을 주는 방식으로 법률서비스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은 지난해 노동, 건설, 노무 분야 변호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초 ‘중대재해 대응 그룹’을 만들었다.

광장 태평양 세종 등 굴지의 로펌도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 대응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사실상 최고경영자 처벌 불가능”

CSO가 방패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사업주와 최고경영자가 실제 처벌을 받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해설서에 따르면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가 부여된다.

이 의무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목표 수립, 유해요인 확인과 개선, 종사자 의견 청취 등 9개 의무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노동부가 제시한 9가지 의무를 위반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위반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이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는지 인과관계까지 따져봐야 한다.

기업 측에서도 위반 사실이 재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 재판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원안에는 ‘인과관계 추정’이라는 조항이 존재했다.

이는 “사고 이전 5년간 안전조치 의무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3회 이상 확인되거나 증거를 인멸하거나 현장을 훼손하는 등 진상조사나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조항은 2020년 12월 정부안에서 삭제됐다.

하종강 교수는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기 쉽다”며 “사고 현장에 대한 정보는 기업이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조항 삭제가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답이 바로 나온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지금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다.

박세민 금속노조 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경미한 사고가 발생해 경고 신호를 보낸다”며 “그런데 현실은 근로자가 죽거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을 때만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시킨다’ 등 선언할 뿐 특별히 진보된 상황은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은미 의원은 “현재 법 자체가 미흡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원의 판결 사례가 중요하다”며 “실질적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에 막대한 손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처벌 사례가 있어야 기업도 산재 예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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