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 아줌마가 아침 8시쯤 구치소 가자면서 누구랑 통화하면서 얘기하는 게 저번에도 면회 갔는데 누가 먼저 가서 안 된다고 해서 못 해서 오늘은 누가 하기 전에 딸 얼굴 보려고 일찍 가는 거야 하면서 도대체 누가 왔다.
가서 못하냐고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신원을 알려줄 수 없다고 해 답답했다면서 그놈의 개인정보보호법이 뭐고 엄마가 어린이 면회자를 알고 싶어도 못하는 세상이 됐다고 통화 상대에게 하소연하고 있다.
딸이 시집가서 5년을 살면서 사위의 어떤 행동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재산분할 등을 얘기하면서 사위 고소가 아니면 어떤 사정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그래도 딸 얼굴을 보려고 아침 일찍 면회 신청을 하러 가는 어머니의 마음은 잘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와서 면회를 했기 때문에 엄마 자격으로도 면회를 신청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 사람이 누구라서 부모님 면회도 막는지, 이름을 알고 싶어도 모르는 상황이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했을까 생각하면 그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몇 년 전 어떤 분도 어머니가 위급해 곧 돌아가실 것 같아 10여 년간 소식이 끊긴 아이의 얼굴을 죽기 전에 한번 보고 싶어 주민센터에 주민번호와 이름, 그리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 어디서 사는지 알려달라고 같은 형제의 형 신분으로 찾으려고 했지만 담당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어머니가 위독해 같은 형제로 신분증과 증명서를 보여줘도 안 된다.
그것만으로 싸우기까지 했다는 얘기가 생각나.
또 몇 년 전 채무자가 도주해 친척인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그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고 찾을 수 있었다는 지인의 말과 자신이 그 경찰에 부탁해 보겠다고 해 도움을 받을까 했는데 그때는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이 안 돼서 아는데 지금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말에 실망했다는 얘기도 생각난다.
내가 겪은 사정도 비슷한 것 같아.엄마가 돌아가셔서 사후 정리하면서 유선방송 해지 신청을 하는데 본인만 할 수 있고, 같이 거주하지 않는 아이도 신청 자격이 없다며 이미 세상에 없는 분을 어떻게 하느냐고 싸운 것.농협에서 대출 건으로 채무확인서냐는 증명서를 발급받으려 해도 본인이 아니면 채무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말에 담당자와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은 다른 지점에 가서 같은 답변을 받았지만 사망진단서와 각종 신원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보여주고 증명서를 발급받았던 것이 지금도 그때의 답답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질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돈을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얼마인지 확인만 해보겠다는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안된다고만 하는 이상한 나라에 사는 것 같고, 너무 씁쓸한 그때의 그 시간이 뇌리를 스치는 것이 오늘 아침 구치소로 가는 한 어머니의 말에 100% 이해하고 공감하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사람들의 이야기 / 삶과 지혜의 길]
